초등학교를 졸업한 남편과 중학교를 졸업한 아내가 검정고시를 통해 뒤늦게 나란히 대학에 입학해 화제다.

남편 이씨는 집안의 맏아들로 14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초등학교 졸업 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18세 때 프레스공장에서 일하다가 왼손 약지 한 마디를 잃었다. 이 사고 후 직장을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건축 공사장에서 막노동 일을 해야만 했다. 힘든 생활이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주경야독해 1979년에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검정고시에 합격하면서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학업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해 공부하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을 했다. 그후 친구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면서 부부는 반드시 대학을 졸업해 그것으로 결혼 선물을 대신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자식을 키우고 생활해야 하는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씨는 1987년 초에 대구직업훈련원 전기공과에 입학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그해 8월에 국가고시 전기기능사 2급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 같은 해 9월 한 정밀회사에 취업해 성실하게 일을 해 반장이 됐으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아내의 간호와 치료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길거리 장사에 나섰다. 뻥튀기 장사와 과일 행상 등으로 아내와 24시간을 보내면서 아내의 우울증도 차츰 호전됐다. 다시 정밀회사에 취업했는데 얼마 다니지 않아 부도가 나는 등 취업하는 회사마다 문을 닫았다. 남편이 실직할 때마다 부인은 김밥집과 식당에서 일해 가계에 보탬을 주었다.

힘든 여건에서도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았던 이씨는 2003년 태풍 매미가 뿌린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부산의 한 회사의 기계를 보수도 받지 않고 일주일 동안 수리해 줬다. 이것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인정해준 주변의 도움으로 같은 해 10월 대구에 사업장을 갖게 됐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사업자 등록증을 받는 날 그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반드시 사업에 성공해 대학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부부는 생활이 안정됐을 때 지난해 4월에 학산 복지관 야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야학 선생님의 가르침을 놓치지 않고 공부한 결과 8월에 부부가 함께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했고 연이어 대학도 합격했다.

오는 3월 부부는 영남이공대 전기자동화과에 입학한다.

부부는 대학 생활을 열심히 해 졸업 후 4년제 대학에 편입해 졸업하면 학산 복지관 야학반에 교사로 봉사하면서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