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세에 이루어진 꿈
 나는 일곱남매 중 넷째로, 삼촌들과 언니오빠 그리고 동생들과 그야말로 대가족 속에서 성장하면서 여건이 되지 않아서 중학교를 졸업한 것도 행운이라고 할 정도의 형편에 고등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당시 주간지나 월간지에 검정고시 서적 광고를  보고 잠시 관심을 가져  봤으나 나보다 앞서 공부를 시작했던 친구가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신 뒤에 결국 포기했기 때문에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서 나는 결혼을 하게 되었고 자녀 넷을 두었다. 자녀 셋은 4년제 대학교육을 마쳤고, 막내는 현재 대학에 재학중이다. 그런데 한 녀석이 부모의 학력을 적어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사실대로 적었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대로 적어야 옳은 것이고 엄마의 중졸 학력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지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행여 엄마의 짧은 학력이 우리 아이가 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을 하기도 하였다. (우리 아이의 하는 일은 민감한 부분이라 적지 않았음)
 그래, 공부를 시작하자!! 다짐하였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방법도 모르겠고 막막하였다. 고민 끝에 컴퓨터를 검색해서 문을 두드린 곳이 온라인 고시학원이었다. 친절한 안내에 따라 책을 받게 되었고 컴퓨터 강의실을 열어서 시간 나는 대로 책을 보며 강의를 들었다. 시험을 1개월 앞둔 시점에서는 학원에서 보내준 실전문제집과 기출문제집을 풀고 풀고 또 풀었다. 잘 모르는 부분은 학원전화로 직접 문의도 하고, 인터넷에서 검색도하고, 자녀들이나 이웃집 학생들에게 묻기도 하였다. 드디어 시험일이다. 나처럼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을까 깜짝 놀라며 나도 그 대열의 일원이라는 것에 안도하며 차근차근 풀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한 문제 한 문제 차분하게 답을 표시하였다. 시험을 끝내고 합격을 예감했지만 섣불리 장담 할 수 없는지라 발표를 기다리는 1개월이 길기만 하였다. 발표 날이 되었다. 떨리는 맘으로 확인한 결과 만족한 점수로 합격하였다. 세상을 다 가진 듯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고, 58세가 되어서 오랜 전 꿈을 이루었다는 성취감이 하늘을 찔렀다. 제일먼저 학원에 합격소식을 전하고 감사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요양병원에 계신 친정아버지께 합격증을 보여 드렸다. 몸은 불편하셔도 인지는 양호하신 아버지께서는 수고했다고 하시며 이내 눈물을 보이시며 기뻐하셨고, 가르치지 못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 하셨다. 아버지의 눈물을 보면서 초졸 학력의 두 언니들에게도 검정고시를 적극 권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